며칠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실국장 임명을 마무리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2달이 지나고서야 ‘창조경제’를 이끌 준비를 마친 셈이다. 미래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당연히 높다.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성장을 이끌 화두를 제시할 핵심 부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부를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주 미래부는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방향 및 기준’을 발표했다. 10대 핵심과제에 ‘국민안전을 보장하는 R&D’, '삶의 질 향상을 위한 R&D’ 등이 포함됐다. 앞서 청와대 업무보고 때 식품안전, 범죄예방, 환경사고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사회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계획과 같은 맥락이다. 언급된 사회문제가 심각한 만큼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 만큼 추진 의지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연구개발(R&D)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량식품, 성범죄, 자연재해 등이 과연 R&D를 잘하면 해결될 문제일까. 제도를 바로 세우고 관리감독 체계를 꼼꼼이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진 않겠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쯤에서 과거 광우병 파동, 방사능 아스팔트 논란 등을 되짚어 보자. 이 사건들은 다양한 과학적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핵심은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의 경계선에서 국민들이 사회문제를 과학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면 그리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바로 R&D보다, 제도보다 더 중요한 '과학문화'의 필요성이다. 과학기술과 사회문제를 관통하는 과학문화가 확산된다면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고, 정부 역시 신뢰를 얻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과학문화에 대한 미래부의 생각은 전혀 다른 듯 하다. 미래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모해 제품 개발이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과학문화 확산사업’의 대표 모델로 내세웠다.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보자면 과학문화마저 창조경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더 큰 문제는 새 정부가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한 푼의 예산도 추가로 책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국 과학관, 도서관, 우체국 등에 아이디어를 모으는 통로를 마련하고 아이디어 경연대회도 열 계획이지만 이 사업과 관련한 추가경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기존 과학문화 확산사업에서 예산을 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 축소가 조심스레 점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학문화에 대한 인식은 지난 정부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과학문화 연구에 효율성과 성과의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댄 것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전국 3개 대학에 설치된 ‘과학문화연구센터’는 그동안 국내 과학문화 연구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2011년부터 센터에 대한 지원금을 없애고 과제 위주의 사업을 해마다 신청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연구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정부는 연구가 필요한 분야가 무엇인지부터 우선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국민에게 얻어야 하는 걸까.

‘잘 살아보세’로 시작한 운동은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빈익빈 부익부라는 천민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지 못했다. ‘창조경제’는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과학에 대한 몰이해 속에선 진정한 국민행복을 논하긴 힘들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