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로 불리는 불법의료인에 대해 어떻게 제보해야 할지 몰라서요. 조언이라도….” 간호사 박가영(가명·33) 씨가 이달 초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진료보조인력(PA)의 불법의료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이후 수차례 “병원에서 환자를 마루타 취급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은밀하게 벌어지는 불법의료 때문에 환자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애타게 소식을 전해왔다.

박 씨의 제보로 본보 29일자 A23면 건강신문고에 실린 PA 문제는 1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서도 거론됐다. 이날 참석한 최모 씨(37·여)는 1월에 경기 지역 대학병원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뒤에야 불임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수술동의서를 쓸 때 불임에 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그는 당시 흰 가운을 입고 설명한 사람이 담당의사가 아닌 PA였음을 뒤늦게 알고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자는 1년 전에 PA와 관련된 기사를 세 차례 보도했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사단체로는 처음으로 PA의 불법의료 실태를 두 차례 검찰에 고발했고 이를 본보에 제보했다.

1년 전 취재수첩을 뒤적여보니 당시 병원에서 PA로 일한다는 A 씨(31·여)를 만난 기록이 있었다. 그는 “난 병원에서 의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고 환자들도 날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환자라면 의사가 판단하고 처방도 내린 뒤 책임도 지길 원할 것”이라며 “내가 우리 병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라면 굉장히 속상하고 화가 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문제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외국에선 장기간 훈련받은 진료보조인력을 PA라고 부른다. 정식 교육과정과 자격요건도 규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아무런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간호사도, 응급구조사도, 심지어 무자격자도 PA라는 이름으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9일 “아직 PA를 어떻게 할지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언제 이 문제가 정리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씨가 보낸 e메일의 말미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저는 간호사입니다. 생명윤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배웠습니다. 경제적인 목적으로 비의료인에게 시술법을 가르쳐서 이윤을 남기는 비윤리적인 병원을 그냥 바라보고 꾹 참고 있어야 할까요?”

계속 문제가 되는 현실을 알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이제라도 박 씨의 말을 새겨듣고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샘물 동아일보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