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란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시청자들은 아빠와의 스킨십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이란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아빠는 양육에서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구 같은 아빠(프렌디·Friendy·Friend+Daddy)’가 돼야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언어, 아빠는 사회성 형성에 도움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받는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김정신 박사에 따르면 엄마는 주로 언어와 인지 발달에 자극을 준다. 엄마가 주로 옷을 입히고 밥을 챙기는 활동과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 이에 비해 아빠는 주로 신체 놀이를 하면서 사회성 형성에 도움을 준다.

아빠의 나이, 학력 등에 따라 자녀의 사회성 발달도 다르다. 대구가톨릭대 김정옥 교수팀은 2009년 한국가족관계학회지 논문에서 “아빠가 젊을수록 사교성과 근면성이 강하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고 밝혔다. 친구관계와 학업성적도 아빠가 젊을수록 좋았다. 또 아빠의 학력이 높을수록 자녀의 사회성도 발달했다.

나이든 아빠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이 들어 낳은 자녀일수록 오래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나이가 많은 아빠의 아이는 아빠로부터 더 긴 텔로미어를 물려받아서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염색체의 끝부분인 텔로미어는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텔로미어가 길수록 오래 살고, 짧을수록 세포의 죽음이 가까워진다.

●"여자아이, 아빠 없으면 초경시기 빨라져"

딸만 봐도 어쩔 줄 모르는 ‘딸 바보’ 아빠가 늘고 있다. 이런 아빠의 자녀들은 사춘기가 늦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사춘기가 늦어질수록 성인병 위험은 줄고, 2차 성징이 늦어진다. 이렇게 되면 신체 발육 기간도 길어지고 성적 일탈 우려는 낮아지는 것이다.

브루스 엘리스 미국 밴더빌트대 박사팀은 여자아이 173명을 대상으로 유치원 입학 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초기 5년 동안 아빠와 사이가 좋고 친하게 지내는 여자아이일수록 사춘기가 늦었다. 반면 아빠가 없거나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가정의 여자아이는 사춘기가 빨랐다.

줄리아나 데어도르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도 여자아이 444명을 매년 추적 조사했는데 아빠가 없는 여자아이가 초경 시기를 비롯한 2차 성징이 빨랐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아빠가 없다는 것은 불안정한 환경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춘기가 빨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와 짧게 보내도 가깝게 지내면 도움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일수록 지능지수도 높고 사회적으로 출세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가 있지만 요즘 아빠들은 잦은 야근과 휴일 근무로 여의치가 않다.

좌절은 금지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알차게 보내면 된다는 연구가 있다. 밸라리 킹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많은 시간을 아이와 싸우면서 보내는 아빠보다 시간은 짧더라도 가깝게 지낸다면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행동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아빠만 둘인 게이 부부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버지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엄마 아빠가 모두 있는 가정과 동성부부 가정에 각각 입양된 청소년들의 사회성, 학업성취도, 인지발달을 조사했더니 차이가 없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을 많이 주면 된다는 것이다.

아빠와 아이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과학동아 5월호에서 볼 수 있다. 과학동아는 올해 자연계 입시에 본격 도입된 전공적성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요 전공 소개와 면접 예상 문제를 담은 특별부록을 제공한다. 동아사이언스포털(dongascience.com)에서 전자책으로 내려받을 수 있고, 정기구독자 1000명에게는 책자를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이정훈 기자 hohohoon@donga.com